불씨 하나 잘 관리하면 에너지와 온기를 얻을 수 있지만, 잘못 관리하면 끔찍한 화마로 변한다. 특히 산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 위압적이다.
더구나 산불이 할퀴고 간 자리는 너무나 참혹해, 할 말을 잊는다. 수십 년간 공들여 가꾼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보면 힘이 쭉 빠진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이재민의 가슴은 얼마나 쓰라릴까. 그들의 피해는 평생 아물지 않을 수도 있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직접적인 피해라면,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장비의 규모, 복구비용 등 간접피해도 엄청남을 알 수 있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 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수 십 대의 헬기가 앞다투어 산불 진화에 나선다.
한시라도 지체하면 불길은 더 커지고 심각해지기에 지체 없는 인력과 장비가 동원된다.산불 진화는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다. 길도 없는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며 화마와 맞서는 것은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위험하다. 헬기 진화가 효율적이기는 하나 운용비용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연기가 자욱하고 곳곳에 전력선마저 지나고 있기에 위험천만하다. 하지만 산불 진화에 투입된 인력과 장비는 번져가는 산불을 막고자 사투를 벌인다.
그 어떤 긴박한 전장의 상황 이상으로 고군분투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한편으로는 산불의 원인에 관심이 많다. 알고 보면 작은 실수에서 비롯돼 안타깝다.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쌈박한 해결책이 없어 아쉽다. 건조한 봄날이 이어지면 어김없이 산불이 발생하고 산불 피해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산불 발생은 인재인 만큼 막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한다. 다만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진화 대책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간벌을 하고, 인도를 개설해 진화를 위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산불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어 산불 예방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대규모 산불은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60, 70년대만 해도 산불은 자주 발생했지만 피해 면적은 마을 단위의 소규모 산불이 많았다.
지금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당시는 땔감 마련을 위한 난벌로 산이 헐벗었기 때문이고, 강수량도 지금보다 많아 덜 건조했던 것 같다.
산불도 시대의 여건에 따라 변하고 있는 것 같다.산이 푸르기 전 건조한 봄날은 산불에 가장 취약한 시기다. 강하고 건조한 봄바람은 진화를 더욱 어렵게 한다. 이때는 불조심만이 최선이다.
봄이면 산 입구마다 산불 감시 요원이 배치돼 있다. 하지만 소수의 감시 요원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산불은 대부분 방심이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모두가 경각심을 갖는다면 막을 수 있는 인재다. 올해에도 경북내륙에서 발생해 동해안까지 번진 대형 산불을 경험했다. 값비싼 경험으로 다시는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성묘객의 실화, 산림 인접 지역의 불씨 하나가 번진 결과다. 국가에서는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지만 엎질러진 물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이런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 국민이 동참해야 한다. 산불 취약 시기가 되면 당국에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 효과는 의문이다.
문제는 산불을 낸 사람의 형량이 낮고, 실제로 형 집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불은 살아 가는데 필수 요소로 사소한 실수쯤은 너그럽게 여기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는 늘 불을 가까이하고 있고 사용이 자유롭다. 다만 화재 위험이 큰 곳에서 불사용을 자제토록 하는 권고할 뿐이다.
그러한 이유로 부주의한 불사용이 많아 실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산불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큰 피해를 준다. 산불이 할퀴고 나면 인명과 재산 등 직접적인 피해, 진화에 투입된 간접피해 그리고 복구에도 그에 못지않은 비용과 노력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산불을 예방해야 한다. 산불 준수사항 위반 때, 일반 형사범에 준하는 강력한 법 집행으로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산불 피해 결과를 두고 보면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입산 시,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화기 사용 시에는 반드시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리고 야외에서 화기 사용 규정도 마련함이 어떨까. 지나친 규제라고 할지도 모르나 이번 같은 대형산불의 원인을 감안할 때 결코 지나치지 않다.
불씨는 언제든지 우리 곁에서 살아남아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그것을 제때 다스린다면 불씨는 재앙이 아니라 온기를 주는 불이 된다.
난로 속의 불처럼, 촛불의 부드러운 빛처럼, 우리의 삶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불씨가 되려면 그만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손 원 수필가 webmaster@goryeong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