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실행은 필요성, 검토, 판단, 실행의 단계를 거친다.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실행하면 즉흥적이고,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거나 기일을 정해 놓으면 계획적이라 하겠다.
일에 따라 신속하게 실행해야 할 일이 있고, 다소 느긋하게 실행해도 괜찮은 일이 있다.
같은 일이라도 일 처리 기간은 사람의 성향과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동물은 감각적이기에 즉흥적이지만, 사람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에 모든 일은 계획적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신속하게 반응하고 처리할 때 즉흥적이라 하기도 한다.
즉흥적으로 할 것이냐, 계획적으로 할 것이냐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지혜롭고 적절한 대응이 답이다. 가급적 계획적이면 좋다. 계획적이면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보다 효율적인 일 처리가 가능하다.
엊그제 아들 내외로부터 여행 제의가 있었다. 해변 관광지에 풀 빌라를 예약했다고 했다.
우리 부부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촉박함에 부담이 가서 너희끼리 다녀오라고 했다. 전화 받자마자 거절했으니 즉흥적 결정이었다.
듣고 있던 아내는 아쉬워했지만, 예약 상 촉박하게 제의한 아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나 역시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서 아쉽기는 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여유로운 삶을 선호한다. 가입한 동호회 모임도 정기 모임이 대다수다. 간혹 수시 모임을 하고자 할 시는 적어도 일주일 전에 공지한다.
한 이틀 앞세워 날 자를 알아도 별 지장은 없지만, 여유로움을 떨치는 것 같아 부담이 간다. 그렇다고 매사를 그런 식으로 하기는 무리다.
예를 들어 지인이 상을 당했다면 당장 문상을 가거나 부조를 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세상에 그때마다 순발력을 발휘하면 좋겠지만 그런 생활은 비효율적이고 쉽게 지치게 된다.
적정한 시간 안배와 알뜰한 시간 이용이 특효약이다. 계획적인 사회생활이 요즘 트렌드이기도 하다.
예측가능하고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사무실 게시판에 월간 계획, 연간 계획까지 표시해 두고 있다.
우리 집 벽 달력에도 챙겨야 할 일정이 표시돼 있다.요즘은 모든 분야에서 예약 문화가 트렌드다. 병원, 식당, 공연 관람도 그렇다.
명의의 진료나 맛집은 예약이 필수다. 나 자신의 활동에도 스스로 예약을 하는 느낌이다. 중요한 일은 일주일 후, 한 달 후 정도로 계획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일정에 있는 일은 부담 없고 실수도 적다. 일상은 계획에 따르면 무난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어떤가. 오랫동안 고민한 것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창작이나 발명의 경우가 그렇다.
가장 위대한 발명가는 우연히 탄생하기도 한다.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세기의 발명품은 뜻하지 않게 번쩍 아이디어, 또는 부주의나 실패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의 발명,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의 발명은 우연한 기회에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의 산물이다.요즘 글 쓸거리를 찾느라 고심한다. 며칠을 두고도 도무지 감이 안 잡혀 자책할 때도 있지만, 의외로 글감은 우연찮게 번쩍 떠오르기도 한다.
번쩍 아이디어는 즉흥적으로 수용해 활용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번쩍 아이디어를 두고 신중을 기하거나 미루면 빛을 잃고 묻혀버리게 된다. 즉흥적으로 초고속으로 번쩍이는 불빛을 따라가야 한다. 번쩍 아이디어는 잔영을 남기기에 놓치면 헛되기 때문이다.즉흥형, 계획형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개인적이고 단순한 것은 즉흥적으로 함이 나을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할 일을 미루고 남겨 두면 숙제가 된다. 숙제는 부담이 되기에 가급적 숙제가 없는 여유롭고 홀가분한 삶이 바람직하다.
여유로우면 채우려 하고,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에 계획형은 공적이고 복잡한 일에 적합하다. 공적인 일을 합의 없이 즉흥적으로 했다면 결과가 나쁘면 말할 것도 없고, 결과가 좋을지라도 박수받기 어렵다. 그래서 절차에 따라 합의를 하고 추진계획을 공유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12.3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즉흥적 발상이 아닐까 싶다. 나라를 위한 사심 없는 결단일지라도 무리하게 추진하면 비판을 받게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국민의 합의와 동참이 있어야 한다.
인내하며 보다 성숙한 방법으로 국민의 뜻을 결집해 바른길로 나아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진이 있고 계획이 완벽해야 한다. 큰 성취나 복잡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Rome wasn't built in a day)
손 원 수필가 webmaster@goryeongnews.com
